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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영 시인의 여로] 화이트 마운틴, 천국행 기차 탄 듯…'느림의 미학' 속으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그러나 화이트 마운틴에는 기차가 산으로 간다. 왜 기차가 산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Sylvester Marsh라는 사람은 기차가 산으로 가게 하기 위하여 Cog Railway(톱니바퀴 철로)를 개발해 특허를 받은 사람이다. 양곡 도매상과 통조림 공장으로 돈을 벌어 사람들에게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되어보라고 이 험한 산에다 기찻길을 낸 사람. 그는 당대에도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기도 하고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왜 산에다 기찻길을 낸단 말인가? 석탄이나 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기찻길 중앙에 톱니바퀴가 굴러가도록 톱니 궤도가 있고 양 옆에는 균형을 잡으며 바퀴가 굴러가도록 일반 기차 레일을 깔아 놓았다. 그 육중한 기관실과 1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오를 수 있는 동력은 그렇다 치고 톱니바퀴의 톱니 강도가 얼마나 강하면 이런 하중을 이겨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Sylvester Marsh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자기 고집대로 산에다 기찻길을 냈고 우리는 지금 그 기차를 타보려고 워싱턴에서부터 왔다. 가이드는 3시에 타겠다고 예약까지 해놓고…. 인간이 얼마나 영리한 동물인가! 그런데 시간과 돈을 들여 산에다 기찻길을 내는 사람이 있고 그 기차를 타보겠다고 오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다. 교환 가치로 볼 때는 제로가 아니라 완전 손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손실과 상관없이 즐거워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의 삶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Sylvester Marsh는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계산적으로만 살지 말고 일탈된 삶도 살아보라고 이런 장치를 해놓았을 것이다. 현실에 안 맞는 이 엉뚱함으로 인해 우리를 옥죄고 있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보는 것이다. 소가 끄는 달구지 소리를 내며 산으로 올라가는 톱니바퀴 기차…. 속도와 대량생산을 위해 바쁘게만 몰아치는 일상을 비웃듯 한 없이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는 기차.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사람들은 모든 계산에서 벗어난 어린 아이가 되었다. 하늘에서 천병(天兵)들이 뛰어내려 소리 지르며 내달릴 것 같은 장엄한 둔덕이 눈앞을 가로막는 옆으로 기차가 오른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기차처럼…. 시골길에 달구지가 덜거덕거리며 가듯이 산으로 오르는 톱니바퀴 기차. 철길 가에는 고산 식물이 바람과 변화무쌍한 기후를 견디지 못해 땅으로 주저앉아 자연 분재(盆栽)가 되어 있다. 마침 안개가 끼어 전방의 시야가 막히고 철로는 하늘을 향하고 있으니 틀림없는 천국행 기차가 되었다. 살아서 천국을 간다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사는 것이 팍팍하고 힘들 때 천국을 한 번씩 갔다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게 안 되니…. 하느님은 참 매정도 하시지…. 석탄을 때 증기의 힘으로 동력을 얻는 기관실이 뒤에서 객차를 밀고 오르는 기차. 산으로 오르는 기차를 처음 타보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처럼 동심이 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손동작이나 몸 움직임이 유난히 큰 제스처로 기차를 소개하는 승무원도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색적인 풍경들로 인해 자기가 있던 현실과 격리되어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때가 많지만 이렇게 완전히 익숙했던 환경에서 단절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이 아니라 다른 별나라에 온 듯한 풍경 속에서 어린 아이가 되어버렸으니. 안개가 잔뜩 낀 산 능선에 가끔씩 등산객이 보이면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손을 흔든다. 기차는 바윗돌들 위를 가기도 하고 계곡 위에 놓은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이제 다 왔으려니 하면 또 가고 어디에선가 멈추면 이제 다 왔구나! 하는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기차와 서로 비켜가느라 멈추는 시간이다. 왕복 복선으로 철로를 깔지 않고 (하기야 바쁠 일도 없는 사람들인데) 단선으로 깔린 철길 중간에 서로 교차하도록 시설을 해놓았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안개가 더 짙어진다. 40분 이상이나 오른 후에 레일의 끝점에 도달. 출발역과 종착역만 있는 산행 기찻길. 기차가 멈춘 정상에는 현대식 건물이 서있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떨면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리가 내린 기차 칸으로 서둘러 올라간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에겐 한 시간 가량 주변 경관을 감상하라고 자유 시간이 주어졌지만 2~3미터의 전방도 보이지 않으니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산 밑의 기온과 너무나 차이가 나 밖에 있을 수도 없다. 모두 반팔 옷을 입었던 사람들이 어느 틈에 긴 팔 옷으로 바꿔 입었지만 그래도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건물 안에 있는 옷 가게에서 옷을 더 사 입었다. 남대문 옷 가게보다 옷이 더 잘 팔리는 산, 산에서 옷 장사가 잘 된다고?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은 실내에 써 놓은 글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기후가 가장 나쁜 곳이라고 씌어져 있으니…. 화이트 마운틴을 가는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겨울 옷을 준비하시라! 비록 여름이라 할지라도. 갑자기 변한 기후에 몸을 웅크리고 떨던 사람들이 옷을 사 입고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자 얼굴에 다시 생기가 난다. 레스토랑도 있고 찻집도 있어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를 잡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기분. 그 기분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이런 톱니바퀴 기차가 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화이트 마운틴 만큼 장엄한 풍광을 가진 곳은 없을 것 같다. 마치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기도 한 시간들.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던 템포, 그런 세상에 왔다가 이제 빠르기 모드로 바뀌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에 빠져 본 시간들은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그 느림의 시간들에 대한 가치를….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여유로워진다면 그 이상 다행스러운 일은 없지 않을까. TOP여행사 고문

2010-10-28

[김낙영 시인의 여로] 하늘 호수 '모홍크'…나도 하늘 사람

산 정상에 연못이 있는 산은 우리나라에도 한라산과 백두산이 있어 그렇게 낯 선 것만은 아니다. 한라산에 있는 연못은 백록담이요 백두산에 있는 것은 천지. 백록담, 흰 사슴들이 와 물을 먹는 연못이라니 그 이름이 얼마나 고아하고 아름다운가. 하얀 사슴들이 뛰어 놀다 목이 마르면 와서 물을 마시는 연못.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니라 신선들이 사는 선경(仙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신비한 세계에 대한 동경(憧憬)을 그려 넣은 이름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물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것으로 되어 있어 물을 찾으려면 계곡으로 가야 하겠건만 산 정상에 물이 있으니 신비롭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신성한 곳이요. 일반인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곳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같으면 그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서 백두산은 칼데라 호수(화산이 폭발할 때 화구가 함몰하여 만들어진 호수)요 백록담은 화구호(화산이 폭발한 화구에 만들어진 호수)라 하지만 그 당시는 그렇게 인지가 발달하지 않아 그저 신비의 대상이었고 그 신비를 품고 살았으니 아마도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모홍크는 인디안 말로 하늘 호수라고 한다. 서정적 감정이 묻어나는 이름으로서 우리의 백록담이나 천지와 정서적으로 같다. 천지를 우리말로 바꾸면 바로 하늘 연못이니 인디언들이 가지고 있던 감성이나 우리의 조상들이 가졌던 감성이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몽골리아 바이칼호에서 함께 살다가 한 부류는 빙하시대 얼음 위를 걸어 아메리카로 이동했고 한 부류는 반도로 이동했다는 말을 더 실감나게 하는 감성의 동질성, 표현의 동질성을 발견 하게 된다. 하늘 호수, 하늘 호수는 아무데서나 쉽게 발견될 수 없었기에 분명 신성시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 호수는 아무나 함부로 갈 수 없는 곳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의식을 행할 때 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의식을 행한 후에는 영혼의 정화와 심신의 평안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적 휴양지로 개발을 한 산장 주변에 인디언들이 만들어 놓았을 법한 목조 정자 모형들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았다. 본래의 땅 주인들인 인디언들의 향수를 느껴보라고 해놓았을 것이다. 인디언들이 그들의 생활방식대로 평화롭게 살면서 관광객을 맞이한다면 훨씬 더 평화로움과 역사적 축적이 녹아 있어 사람들을 더 깊게 자연 속으로 끌어들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무로 깎아 만든 전통적인 조각품이나 열매로 만든 목걸이, 귀고리. 팔찌 등을 인디언들이 팔고 있다면 훨씬 더 매료되고 이국적 문화에 녹아들어 친근감을 갖게 할 것이다. 그리고 밤이면 대형 텐트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전통 놀이를 보여준다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후손들에게 이어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그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기루가 되어버린 종족, 하늘 호수란 이름만 남겨 놓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으니 마치 주인은 없고 객들만 오가는 것 같지 않은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종족이 하나 둘이 아니겠건만 하늘 호수란 이름을 지은 그들은 왠지 어떤 동질성을 가슴으로 전달시키며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한다. 어디선가 금방 말을 타고 나타나 하늘 사람 같은 향기를 풍기며 웃음을 던질 것 같은 환상도 떠오른다. 문명에 뒤떨어지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제 땅에서 쫓겨나고 사라져야 했던 종족, 그들은 누구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진정 하늘의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들이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째서 그들은 하늘의 사랑마저 받지 못한 것일까…. 자기 자신이 자기를 지키지 못할 때는 하늘에게서마저 버림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사색은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 267개의 방이 있다는 산장은 대형 호텔 급이고 방값도 최저가 300달러라니 누구나 쉽게 하룻밤 잠자리를 청해 볼 곳은 못 된다. 산장에서 잠을 자는 것은 비싼 방값 때문에 못 자지만 낮에 즐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호수에서는 낚시도 하고 보트도 타며 노는 위락 시설을 해놓아 그야말로 하루를 귀족처럼 놀아볼 수 있는 곳이다. 모든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하루만이라도 근심 걱정 없이 멋있게 보낼 수 있는 곳. 하늘호수 하늘 호수에 오면 / 하늘 사람이 되어 / 향기가 난다네 // 하늘 향기 가득 / 풍기는 하늘 사람 // 하나 둘 / 셋 넷 / 늘어나면 // 하늘나라 / 하늘나라 된다네 / 하늘 사람 사는 / 하늘나라 된다네 둥근 달이 떠오르는 달밤에 누군가 호숫가에 앉아 피리라도 분다면 분명 선경이요, 하늘의 풍경화가 되지 않을까….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가 이미 지구는 우주에 떠서 돌고 있다고 했고 우주인들이 달에도 다녀왔으니 분명 우리는 이미 하늘나라에 있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저 우리는 이 하늘나라에서 하늘 사람으로서 서로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보자꾸나.…. 박희진 시인의 '나의 아들은'이라는 시에는 나의 아들이란 음절이 행의 첫머리에 37번이나 계속되는 시다. 그의 아들이란 시에는 '나의 아들은 용의 생식기를 가져 지상의 여인과는 동침을 안 한다. 나의 아들은 신비의 열쇠인 북두칠성으로 다른 우주를 여닫는다. 나의 아들은 별을 꿰어 목걸이를 한다' 하는 식으로 사색의 변주가 무변광대하다. 그의 아들이란 시를 보면 한 반도에도 이렇게 사색이 깊고 웅장한 시인이 있을까 하고 경외심을 갖게 한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지연, 학연, 혈연, 나이를 따지는 그 협량의 가슴들을 단번에 터트려버리는 통쾌한 시가 바로 '나의 아들은'이다. 박희진 시인이 하늘 호수에 온다면 다시 한 번 그 통쾌하고 무변한 사색의 변주를 노래하고도 남을 풍광, 하늘 호수.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풍광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일인가.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을 불가에서는 고해(苦海)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구역질나는 일이라고도 한다. 아! 권하고 싶다. 꼭 하늘 호수를 가보라고…. 그러면 우리네 인생이 고해, 구역질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온몸의 세포 속속들이 파고들어 속세에 찌든 모든 것들을 씻어가는 바람. 그 바람이 하늘 호수의 수면을 쓰다듬으면 잔물결이 일렁이고 그 잔물결은 건반이 되어 음악이 연주된다. 고요하게 흐르던 음조가 베토벤의 영웅이 되기도 하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되기도 한다. 베토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장소에서는 백조의 호수 음계를 하나 더 올려 연주해야 제 맛이 난다고…. 저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나무숲들이 청중이 되어 열광하는 하늘 호수 연주회…. 보로딘의 중앙아시아의 초원이나 주페의 경기병의 서곡, 비발디의 사계, 로드리고의 기항지도 연주된다. 어느 틈에 파바로티도 와서 목청을 돋우는 하늘 호수 음악회…. 한국의 소리꾼도 한 자락 까는 소리가 들린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을을 찾아가니… 막걸리 한 잔에 컬컬해진 목청으로 펼치는 소리야말로 뱃속의 저 밑바닥까지 훑어 내 시원하게 해 주지 않는가. TOP여행사 고문

2010-10-21

[남미 투어 후기] 아름답고 기이한 폭포…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와~'

20년이 넘도록 브라질에 살았었지만 지척에 세계적인 관광지와 휴양지가 있다는 것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려버렸다. 가서 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조카 결혼식이 있어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언제 떠날까? 며칠이나 머물까?’ 망설이며 아이들과 상의했다. 그러던 차에 시누이에게서 무조건 팔월 초부터 구월 초까지 한 달 잡아야 된다는 전화가 왔다. 좀 길다 싶기도 하고 한편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요즈음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옷 준비와 ‘히오 겐찌(뜨거운 강물)’ 온천에 갈 수영복과 슬리퍼도 미리 준비하란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2박 3일의 첫 번째 관광 코스는 ‘이과수 폭포’였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대절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니 이과수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를 따라 10인승 밴에 탄 후 잠시 달리니 폭포와 아주 가까운 호텔에 여장을 풀게 되었다. 가까이서 들리는 듯 우렁찬 물소리는 당장 달려가고픈 심정이다. 점심 식사 후 가이드를 따라 가까운 곳부터 두루 보여주며 애교 섞인 어조로 재미있게 설명해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했다. 광범위하게 펼쳐진 크고 작은 폭포는 관광객들의 혼까지 쏙~ 빼놓는다. 떨어지는 많은 양의 물은 볼수록 신기하기만 하고…! 이곳에 와보니 자연의 경이로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답고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폭포들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작은 것까지 모두 합하면 275개나 된단다. 반나절의 관광을 마치고 호텔 안에 들어오니 사우나 시설이 눈에 띤다. 호텔객은 누구나 즐기며 피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에 우리도 그 시설을 기분 좋게 누렸다. 시누이들과 한 방을 사용하며 나누는 여러 가지 대화는 따뜻한 가족애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우치게 하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본 이과수 폭포나 온천물이 흐르는 개천이랄까? 누구나 한번쯤 꼭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날은 ‘악마의 목구멍’이란 제일 높고 광대한 폭포를 보았다. 90미터나 되는 높이에서 삼면이 모여 떨어지는 광경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거대하다고나 할까. 우렁차고 장엄하다고 해야 할까. 우비를 입어야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물을 피할 수 있는데 그 곳을 떠날 때는 들어오는 입구에 벗어 놓아두면 다른 사람이 입기도 한다. 아니면 빌렸던 장소에 다시 돌려주기도 하고…. 좁은 비탈길과 언덕길은 앞 사람을 부지런히 따라가야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늘은 배를 타고 떨어지는 폭포 가까이 간다니 우비에 구명조끼까지 입어야 한다. 만약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단다. 젊은이들은 남여 모두 수영복 차림이다. 15인승의 고무배가 큰 폭포 앞에 다다르니 점점 세찬 소낙비 맞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돌아 나와 더 빨리 달리며 옆으로 쓰러지다시피 기울어질 때는 배가 뒤집혀질 것 같아 비명을 지른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큰 파도에 부딪치며 폭포를 정면으로 맞으니 온 몸이 물에 빠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제야 수영복 입고 탄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은 “마이즈 웅~ (한 번 더) 한 번 더” 소리치며 박수치고 좋아서 날뛰는데 우리 늙은이들은 아예 눈, 귀를 막고 무서워서 고함소리만 지른다. 남편이 배를 타지 않고 호텔에서 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나도 빨리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르헨티나 국경 통과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쪽에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세 코스 중 가장 험난한 코스는 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본 것으로도 차고 넘치는 만족한 볼거리였으며 시누이 가족에게 고마움을 금할 길 없다. 이과수 국립공원 또한 잘 꾸며 놓았다. 희귀한 크고 작은 새들은 모든 사람들의 카메라 렌즈를 총집중시켰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처음 보는 특이한 새들도 많았다 .진한 노랑, 빨강, 파랑, 주홍 까만 색깔이 머리끝부터 부리, 꼬리, 발끝까지 호화찬란하다. 꿩보다 훨씬 큰 ‘뚜까노’라 불리는 새는 그 공원 안에서 가장 인기를 끈다. 목 주위에는 하얀 털이 목도리처럼 둘러져 있기도 하다. 손가락만한 아주 작은 새는 처음 볼 때 큰 벌로 착각할 정도로 작은데 예뻐서 일행과 함께가 아니라면 좀더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앙증맞은 작은 새….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가 강 사이로 나뉘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 ‘이따이뿌’가 파라과이와 브라질 합작으로 이루어졌으나 건축비를 브라질에서 전담하고 80%를 현재 브라질에서 사용하고 있다 한다. 좋은 조건을 갖춘 이웃과 서로 상부상조하는 모습 그 어마어마한 수력발전소를 보고 역시 남미는 자연조건이 아주 풍성한 나라라고 믿어진다. ‘히오 겐찌’라 부르는 휴양지는 따뜻한 물 속에서 푹 쉴 수 있는 쉼터이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을 이용하여 아이들, 어른들 모두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았다. 공중에 드럼통만한 큰 나무 물통을 얹어놓고 물이 가득 차면 자동으로 통이 쓰러져 물이 쏟아진다. 그런 센물을 7분 간격으로 기다렸다 맞는 재미도 쏠쏠 한가보다. 그 곳에서 70생일을 맞게 된 나는 세 시누이들의 깜짝 케이크로 축하박수와 동시에 컴퓨터 동영상으로 아들, 딸 가족과 다섯 손자의 생일 축하노래 부르는 모습까지 보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노천에 흐르는 뜨거운 물을 이용하여 22개의 인공 폭포를 만들어 한 사람씩 물을 맞도록 해놓아 모두 서서 즐기는 재미도 대단하다. 아름다운 관광명소와 휴양지는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이며 수많은 사람들은 그 멋진 폭포를 계속 보며 즐기게 되는 대자연에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글, 사진=이영희, 페어팩스 거주 정리=장대명 기자

2010-10-14

[미서부 종단 여행 후기] 깊어가는 밤…벗이 있기에 즐거웠던 여행

▷팜 스프링스 샌재신토산 트림웨이 LA에서 동쪽 사막 한가운데 있는 팜 스프링스는 겨울철이 성수기인 휴양도시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인공 오아시스, 뜨거운 온천수와 골프코스가 유명한 곳이다. 비수기인 한여름에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러가기로 했다. 샌재신토산 중턱에 만들어진 트램웨이 케이블카는 2643피트 높이에 있는 승차장에서 8516피트에 있는 전망대까지 단 15분 만에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데 모두 공평하게 보도록 케이블카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올라간다. 그곳에 사는 동식물과 바위틈에서 물이 나오는 곳은 나무들이 아주 새파랗게 잘 자랐다. 승차장에서는 화씨 100도가 넘어서 온몸이 따갑고 특히 정수리가 띵~ 했는데 전망대에 닿으니 서늘하고 주변 벽에 빙판 조심이라는 안내가 더욱 시원하게 해줬다. ▷멕시코 티후아나 5번 국도의 남쪽 끝인 샌디에이고에서 국경도시인 샌이시드로를 지나면 멕시코 국경도시인 티후아나까지는 차로 20분정도 가면 된다. 국경을 넘자 모든 것이 느낌이 다르다. 들리는 말소리, 음악소리, 낯선 글씨들… 예전에 왔던 곳을 다시 갔을 때 느끼는 실망과 상실감은 왠지 쓸쓸하게 만든다. 고향이나 아는 이가 사는 곳은 언제가도 정을 느끼지만 여행지는 2번째로 다시 가면 별로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되도록이면 어떤 곳이든 다시 가게 되면 처음에 안간 곳을 가보거나 그냥 가슴으로 그때 거기 참 좋았지 하면서 그리워하려고 한다. 어릴 때 생각했던 운동장, 큰길, 시냇물, 좋아했던 선생님, 첫사랑들은 다시 대했을 때의 실망을 맛보고 나니 그냥 마음에 담아두는 게 나은 것 같다. 이곳은 국경도시라서인지 사람들이 약간은 뺀질함과 뻔뻔함, 장삿속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곳도 불경기라 길 양쪽의 가게들은 한산하고 덥고 먼지도 많고 친절한 편은 아니다. 길가에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손수레와 구두닦이, 이발사, 약장사 등이 있다. 80년대의 시골 읍내의 모습을 보며 사람 사는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산다는 건 같은 것 같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국경으로 돌아가는 입구는 1시간째 제자리에 머물더니 앞 차가 고장 나서 옆으로 빼기에 따라 갔더니 다시 돌아와서 아까보다 더 뒤로 가서 순서를 기다린다. 차들 사이사이로는 음료수, 각종선물, 군것질거리를 들고 다니고 유리창을 닦으라고 다닌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친구가 국경에다 차를 두고 셔틀을 타라고 한건데 우리 계획으로는 멕시코 안쪽으로 좀더 들어가려고 차를 가져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이 아득하다. 집으로 오면서 멕시코는 우리끼리는 다시 가지 말고 나중에 잉카문명 유적지인 마추비추에 갈 때 계획을 잘 세우자고 하면서 집으로 오는데 기진맥진해서 힘이 없다. 난리를 피운 덕에 2시간 걸려서 무사히 돌아왔다. 요즘 국경지대는 불법 밀입국자와 마약과의 전쟁 때문에 치안이 불안하다는 게 실감난다. ▷샌디에이고, 발보아 공원, 포인트 로마, 미션, 라호야 비치, 올드 타운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은 워싱턴DC 다음으로 미국에서 박물관이 많은 곳인데 유료다. 그걸 보면 워싱턴DC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인데 그 동안 고마워할 줄 몰랐다. 앞으로 자주자주 이용하면서 문화적 혜택을 누려야겠다. 처음 미국에 와서 걸어서 15분정도에 있는 메트로를 타고 DC를 신나게 다녔는데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점점 편하게 차만 타려고 하니 반성을 해야겠다. 1542년에 처음 상륙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카브리오의 이름을 딴 국립공원은 카브리오의 조각상이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태평양은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다. 그 당시의 등대와 등대지기가 살았던 내부를 보았는데 달팽이 모양의 계단을 따라 좁은 공간을 활용해서 1층은 사무공간과 주방과 말 그대로 몸을 씻는 곳이 있고 중간에는 침실과 작은 난로가 있고 위에는 등대 불을 비추는 반사거울이 있다. 작지만 쓸모 있게 꾸며져서 내 맘에는 쏘옥 든다. 지금도 쓸 수 있는 구조인 듯 하고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해지는 언덕을 내려와 바다를 끼고 걷는 산책로를 걸으며 해가 지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1773년에 세워진 캘리포니아 최초의 교회가 있는 언덕으로 갔다. 여러 번의 보수를 했지만 언덕위의 하얀 교회는 아름답고 장엄했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여러 신자들이 모여서 기도문을 외우고 있고 한편에 있는 초를 켜는 곳에서 잠시 기도를 한다. 친구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무사히 즐겁게 여행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집에 가면 반가이 맞아줄 가족에게 감사하고 감사합니다만 수없이 되풀이 하는 나의 기도 솜씨가 부끄럽지만 이곳에서 기도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하고 초창기 나뭇가지로 엮은 움막집도 들어가 앉아보고, 성모님 조각에 기대어도 보고, 숍에 들러 조그만 선물을 몇 개 고른다. 여행자의 수호성인상과 마리아 성모상과 십자가도 고르는데 참으로 기쁘고 흐뭇하다. 라호야는 멕시코어로 보석이라는 뜻을 지닌 작은 휴양지 도시이다. 여행기간 내내 캘리포니아 바다는 이상저온으로 바다에 들어 갈 수 없었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고 무조건 바다에 풍덩 들어가기로 했다. 물은 따뜻하고 맑고 한참을 들어가도 허리 정도 깊이라 안전하고 파도가 넘실대는데 파도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남편 친구는 일하러 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1년 동안 지를 온갖 고함을 소리소리 지르며 태평양에서 진하게 놀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새빨갛게 탄 살 위에 옷을 입고 차 시트가 젖을까봐 비닐 돗자리를 깔고 타월을 칭칭 감고 오는데 하루만 더 놀았으면 하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갔던 올드타운에 친구가족과 함께 갔다. 멕시코 악단의 연주도 흥겹게 듣고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베사메무초도 연주하고 아이들을 위한 ABCDEFG…. 알파벳송도 연주하니 애들이 따라하며 춤추고 즉석에서 노래자랑도 열리고 곳곳에 모닥불 화로도 있고 주말이라서인지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바람은 시원하고 즉석에서 자기 손 모형을 떠서 초를 만드는 곳도 있고 나무를 통으로 깎아서 만든 개구리 입에 물려있는 작은 방망이로 등을 긁으니 크기에 따라 우는 소리가 깨굴깨굴, 개골개골, 개굴개굴, 괴굴괴굴 하는 게 마치 한국의 목탁소리도 크기에 따라 다른 것과 같다. 음식점마다 바깥쪽 입구에 악단이 있어 그 나라의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는 곳이 많다. 애잔한 음악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엘살바도르에서 온 악단이 남미 고유의 음악을 연주한다. 내가 좋아하는 싸이몬&가핑클이 부르는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곡을 고유의 악기로 여러 번 들려준다. 모든 악기가 자연에서 나온듯하다. 대나무 비슷한 나무로 만든 피리, 실로폰같이 생겼지만 입으로 부는 파이프 오르겐, 뼈인지 돌인지를 엮어서 아래위로 흔들면 안데스 산맥에서 부는 바람소리를 내는 것도 있고, 가파른 산에서 사는 산양가죽으로 만든 북도 있다. 연주하는 이들도 희무리한 옷을 입고 머리도 길게 하나로 묶은 게 신비로움을 준다. 먼 옛날에 잉카나 마야문명이 있던 때로 돌아가 하늘에는 독수리가 날고, 높고 깊은 산에는 산양이 기웃거린다 생각하며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CD를 사서 요즘도 운전을 하며 생각을 하며 듣는데 내가 아끼는 물건이다. 밤은 깊어가고 남미의 음식인 타코, 또띠아, 선인장과 고기를 치즈 육수에 찍어 먹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음악에 취하고 데낄라와 맥주에 취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悅好 (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온다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글, 사진=VA 통합한국학교 교사 박명희 정리=장대명 기자

2010-10-07

[미서부 종단 여행 후기] 한여름 속 빙하, 금문교…여행 즐거움 더해

예쁜 꽃들이 넘실대고 호수와 강, 언덕이 많은 시애틀은 내게 정겨움을 주었다.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과 푸줏간 장보기 2002년 워싱턴DC로 이민 와 이제야 워싱턴주 올림피아에 사는 친구를 만나 그 집 밴으로 레이니어산을 올라갔다. 레이니어 산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높고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빙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손님과 여러 번 왔다가 친구 남편이 발견했다는 작은 폭포를 망원경으로 보여준다. 자연이 워낙 넓으니 뭘 좀 보려면 가는 곳마다 망원경에 동전을 넣으려니…. 여행필수품목에 망원경 추가요.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 가는 길에 있는 아담하고 귀여운 나가다 폭포에는 수량이 풍부한 여름이라 멋진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5월에 왔을 때도 눈이 쌓여 길이 안보였다는 파라다이스산장 휴게소에 주차하고 트레일을 따라 빙하를 향해 반팔로 걷기 시작했다.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보였지만 길가에는 작고 예쁜 흰색과 노란 꽃이 피어 있다. 조금 걸으니 여기저기 얼음 눈이 보였다. 작은 눈사람도 만들고 미끄럼도 타면서 한여름의 겨울을 즐겼다. 나는 빙하라면 북극이나 에베레스트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온통 카지노 간판만 보이는 인디언 지역의 낡은 집에 들어가니 커다란 냉장 진열대와 번호표 뽑는 곳이 있다. 이곳은 75년이나 된 고기 전문 정육점이란다. 손님이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어떤 엄마는 이라크에 간 군인아들에게 보낸다고 진공포장을 하기도 한다. 한참 기다리니 흰 종이에 둘둘 싼 고기를 준다. 조금씩 먹어보니 햐!! 술 못 마시는 나도 맥주가 그립다. 지금도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껴서 조금씩 먹는다. 술을 마셔야 안주를 먹을 수 있다는 우리 집의 이상한 규칙 때문에 나는 거품이 많이 나는 탄산수와 먹는다. ▷헬레나 휴화산 1980년 5월18일 한국의 광주 민주화운동과 같은 날에 워싱턴주에 있는 헬레나 화산이 폭발했다. 30년이 지난 후의 모습을 보러갔다. 입구에서 분화구까지는 30여분을 차로 가야 닿을 수 있었다. 가는 동안 민가는 없고 연도별로 나무를 심은 표시와 여러 곳의 전망대가 있었다. 색깔별로 트레일 코스가 나누어져 있어 선택할 수도 있다. 마그마가 흘러내린 흔적과 화산지대의 황량함을 느끼며 워싱턴주를 벗어난다. ▷포틀랜드의 장미정원 같은 서해안 도시인데도 포틀랜드는 한국의 인천이나 울산 같은 산업도시 느낌을 준다. 포틀랜드는 시멘트의 재료인 좋은 석회석이 생산되고 목재산업이 발달해 시내에도 커다란 트레일러들이 눈에 많이 띤다. 또한 서울의 남산같이 전망이 좋고 높은 곳에 장미정원, 중국정원, 일본정원이 있는데 짧은 언덕길에 있는 일본정원은 걸어도 되고 입구에 티켓 파는 곳까지 무료셔틀이 다닌다. 아! 나는 왜 그 나라를 생각만하면 괜스레 배가 아플까?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산 정상의 호수는 BC5700년에 형성된 칼데라 분지로 백두산 천지의 10배 크기란다. 친구부부가 강추한 곳인데 GPS가 고장 나니 길치가 되고 불안하다. 이상하다. 얼마 되지 않은 건데…. 지구과학적인 면에서 화산지역을 다녀와서 지구 속 마그마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면서 겨우겨우 산 정상 분화구에 도착해 있으니 잠시 후 해가 꼴딱 넘어간다. 다행히 보름달이 두둥실 나타났다 . 달빛 아래 호수를 즐기려고 차에서 내리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의 모기가 에워싼다. 흐르는 물이 아니고 아주 오랫동안 고인물이라서 그렇다니 역시 물은 흘러야 제 맛이다. 세월도 흐르고 사람도 흐르니 우리도 물처럼 흘러가겠지. 호수를 감싸며 도는 림 드라이브를 반쯤 돌다가 한 시간쯤을 내려와 남쪽을 향해 5번 국도가 나타날 때까지 운전을 해서 레딩이라는 곳에 이르니 시간은 새벽 1시이고 캘리포니아라고 한다. 메리어트인에서 늦은 밤이라고 알아서 깎아줘서 얼른 들어가서 씻고 컵라면과 햇반을 먹고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호텔에는 전자레인지가 룸에는 없지만 카운터에 말하면 주방에 있는 것을 쓰게 해준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니 뉴욕, 워싱턴과 비슷하고 전통적인 중국풍의 문도 비슷해 잠시 구경하고는 케이블카를 탔다가 종점에서 편도 요금이라고 돈을 또 내라고 해서 그냥 걸어 되돌아오면서 서부의 월 스트리트라는 금융가를 구경했다. 언덕길로 유명한 러시안 힐이라는 동네의 롬바드 스트리트에서 운전을 해보기로 했다. 5미터 간격으로 급커브가 이어지는 Z자 모양의 길을 운전해서 내려가려고 차들이 순서를 기다린다. 길 양쪽 집에는 담장과 창문마다 예쁜 꽃들이 있고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고 조마조마 한숨도 쉰다. 평일이라 우리는 2번을 운전을 했는데 아주 재미있다. 주말에는 여기도 밀린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차로 건너면 통행료를 내지만 걷는 건 무료다. 바람이 세게 불지만 다리 중간쯤에 있는 난간에서 감옥이 있는 앨카트래즈섬도 보고 다리 아래로 보이는 태평양이 무섭지만 제대로 즐겼다. 놀이공원에선 무서움에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았는데 금문교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멋졌다. ▷17마일 드라이브, 몬테레이, 캐멀, 샌시메온, 허스트성, 숄뱅 덴마크 마을 17마일 드라이브는 북쪽의 몬테레이에서 남쪽의 캐멀까지의 해안선을 따라 만 안쪽을 일주하는 인기 있는 도로인데 소나무와 삼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감상한다. 입구에서 티켓을 산 뒤 몬테레이라는 스페인풍의 작은 도시에서 일주를 시작한다. 해안선 나무들은 바람에 맞서지 않고 옆으로 눕듯이 자라고 있고 작은 섬에서는 물개와 갈매기가 휴식을 즐기고 있고 절벽 위엔 한 그루의 고고한 나무가 서있다. 마스터스경기가 열리는 퍼블비치 골프장은 대회기간 외에는 누구나 칠 수 있다니 다음엔 우리도 라운딩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보면서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컨추리풍의 조그만 도시인 캐멀까지의 대략 17마일을 일주했다. 미국 서해안을 여행할 때 1번 국도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왼쪽으로는 향나무와 소나무 그 밖의 온갖 나무가 있는 산림의 웅장함을 만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1번 도로는 한국의 동해안을 곁에 두는 달리는 7번 국도와 비슷하다. 내륙 쪽으로는 5번 국도가 있는데 보통은 200번에서 300번 사이에서 시작된다. 캘리포니아는 795번에서 시작해 남쪽에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끝나, 운전을 해보니 규모가 엄청 크다. 대개 1마일에 번호가 하나씩이라고 하니 캘리포니아의 길이만 800마일쯤 된다. 하루 종일 바다를 끼고 끝없이 원 없이 달렸다. 샌시메온에는 부자였던 허스트가 건축한 허스트성이 있다. 회화와 골동품의 컬렉션을 보는 집 구경 투어는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당일 투어는 매진이라 언덕 위에 높이 서있는 성만 바라보았다. 서해안의 덴마크 마을인 솔뱅에 들어서니 풍차와 하얀 집들이 덴마크에 있는 민속마을 같이 아기자기하다. 이곳의 명물인 결결이 뜯어지는 페이스트리 빵을 골고루 하나씩 골라서 예쁜 핑크 상자에 담아서 나오니 기분이 좋다. 모든 가게에는 직원들이 덴마크 민속의상을 입고 일을 한다. 근처의 십자수 가게도 보고 선물 가게도 보고 그릇 가게도 보고 와인 가게도 기웃거려본다. <다음주에 계속〉 글,사진=VA 통합한국학교 교사 박명희 정리=장대명 기자

2010-09-30

[미서부 종단 여행 후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젠 떠나자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미서부 종단 여행. 1993년 한국에 살 때 여행사를 통해 미서부 단체관광을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지난 7월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시애틀까지 비행기로 가고 시애틀에서 차를 렌트해 캐나다 밴쿠버에서부터 샌디에이고까지 대략 1300마일을 위에서 아래로 종단했다. (5번과 1번 국도를 따라 내려 옴.)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학술대회로 지적인 충만함을 채운 뒤에 떠나며 나는 중얼거린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 내 자신을 위해!” ▷시애틀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따라서 지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1일 오후7시에 출발하는 볼티모어(BWI) 공항으로 향했다. 출발부터 2시간 지연되더니 중간 기착지인 텍사스 달라스에선 시애틀행 마지막 비행기가 떠나 우리에게 다음날 티켓과 호텔 숙박권이 주어졌다. 우리는 불안해 하며 짜증을 냈는데 나머지 승객들은 중간 중간 나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노트북을 꺼내고, 책도 보고,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조용히 잘 지냈다. 다음날 오전 10시에 시애틀에 도착해 렌터카를 찾으러 갔다. 공항에 갈 때마다 렌터카 안내가 왜 저렇게 중요하게 써있나 했더니 막상 가보니 규모가 무지 컸다. 커다란 건물 안에 수많은 렌터카 회사들과 정비소, 세차장들이 모여 있었다. 차 렌트할 때 딱 하루만 스포츠카를 좀 빌리자고 그렇게 졸랐건만 하루 빌려도 무지무지 비싸다면서 다음에 차 바꿀 때 딜러에 가서 맛보기로 태워준다고 해 내가 평소 운전하는 도요타 코롤라에 GPS를 달고 학술대회 장소인 호텔로 향했다. 벨뷔(BELLEVUE)로 가는 중 사람들 옷차림이 심상치가 않았다. 긴 파카에 스카프에 아니!! 부츠까지. 먼저 온 일행이 얼어 죽는다고 완전 무장해 오라고 알려줘 설마 했는데 장난 아니네. 워싱턴DC는 이상고온으로 100도가 넘었지만 워싱턴주는 이상저온으로 추웠다. 초록빛 에메랄드의 도시 시애틀은 어디에 있는가? 학술대회 등록을 하고 체크인 한 뒤 먼저 온 일행들을 만나니 모두 긴팔 재킷에 운동화까지 신고 캐나다 밴쿠버에 함께 가자고 나타난다. ▷캐나다 밴쿠버 밴쿠버의 발생지인 톰슨거리의 재시 잭의 동상을 보고 개스타운에 있는 증기시계를 보러 갔다. 15분마다 기적소리로 캐나다 국가를 연주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30분이 돼서야 스팀이 삑삑 나오더니 딱 한 소절(약 3초) 하고선 감감무소식. 끝이란다. 모두가 허망하고 기가 막혀서 돌아섰다. 1986년 세계 박람회 때 태평양 위에 세워진 캐나다 플레이스는 범선모양으로 광장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시원하게 아름다웠다. 하루였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대체로 뚱뚱하지 않고 약간 마른 편에 예의는 바르나 친절하지는 않고 건조한 느낌을 받았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찾아서 건축가 샘과 어린 아들 조나, 볼티모어에 사는 신문기자 애니, 톰 행크스, 맥 라이언. 메릴랜드 락빌 도서관에 갔다가 이 영화의 한글 자막이 있는 최신 DVD를 만난 건 행운!!! 영화의 주제가를 10번쯤 들으며 기다리다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갔다. 1962년 세계박람회 장소에 세워진 바늘 모양의 첨탑으로 회전식 전망대가 있어 사방으로 둘러보고 우리는 전망대는 그만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하기, 다르게 이름하여 편식여행이니까. ▷유니언호수 근처의 수상마을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민이 아니면 출입금지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냥가면 섭섭하지!! 위싱턴주립대학을 차안에서 대강 구경하고 나서 (난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차안에 있거나 출입구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자거나, 먹거나, 음악을 듣는다) 지도를 보고 호수로 갔다. 호수근처로 가니 수상가옥들과 수상아파트와 수상콘도가 쭈욱 늘어서 있다. 앞에는 자동차 주차장이 있고 뒤로는 배수장이 있는데 수질보호가 철저해서 바닥에 있는 돌과 모래가 다 비치도록 물이 맑고 집집마다 꽃들을 그림엽서처럼 예쁘게 가꾸었다. 나중에 들으니 이곳은 집값도 비싸고 특별한 세금도 내야 된다고 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시에서 몇 군데에 맛보기 공원을 500피트쯤 되게 만들어 놓아 그곳에서 즐기도록 해놓았다. 우리는 피터아저씨마켓에서 간식을 사고 작은 해변에서 발도 담그고 일리노이에서 왔다는 가족과 아는 체도 하고 멋진 그림이 있는 타일로 만든 벤치에 누워도 보고 수상가옥 옥상에서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하는 이들에게 꼬르륵 소리를 보내보기도 하며 오후를 보냈다. 이곳 서부는 3시간 시차 때문인지 아침 해도 늦게 나오고 어둑하다 오후가 되면 하늘도 새파랗게 되고 저녁 늦게까지 환한 것 같다. ▷스타벅스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재래시장인 플레이스 마켓입구에 있는 커피의 탄생지 스타벅스 1호점에 들어가니 수수한 옛 모습은 그대로지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기보다는 커피제품과 여기서만 파는 머그 컵이나 기념품들을 파는데 시끄럽고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시끌벅적인 것이 재미있고 흥겨웠다. 나도 얼른 줄을 서서 카페인이 없는 모카커피를 시키고 머그잔도 사고 나와서 입구에 있는 거리 악사들의 흥겨운 랩과 춤과 노래를 즐겼다. 스타벅스는 1971년에 세 사람이 창업한 커피원두 판매점이었다가 1987년에 커피체인점으로 성장되었다고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코카콜라, 맥도널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걸 보니 부럽기도 하고 한국도 뭔가 대표하는 것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1907년에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에는 활기찬 시민의 생활을 느낄 수 있고 신선한 해산물 가게에선 생선던지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야채, 과일, 공예품, 꽃들을 판다. 달콤한 물이 흐르는 커다란 복숭아와 체리를 사들고 시장을 여기저기 다녔다. 남대문 시장과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여기는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것 없이 그냥 모두가 1층으로 쭉 이어져 있어 나이 드신 어른들도 편하게 다니는걸 보니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떠올랐다. 문 닫을 때가 되어서 예쁜 꽃다발이 20달러인 게 10달러, 5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 항구를 따라 만들어졌던 도시는 도로가 낮아 비가 많이 오거나 바다가 만조 때가 되면 자주 침수가 되었고 1889년 대화재 이후 도로를 높여 1층이 지하로 되면서 쓰지 않고 잊혀졌다가 1965년부터 관광 산업의하나로 개발 되었는데 지금은 가장 유명한 효자상품이 되고 예약이 필요하며 그냥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파이오니어 광장에는 그때 희생됐던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글이 있고 그 옆의 레스토랑에서 표를 사고 손목에 그룹마다 다른 종이 팔찌를 끼고 얌전히 기다리면 가이드를 따라간다. 지하세계는 모두 다 연결되지는 않고 개방하는 곳만 가이드를 따라서 잠긴 문을 열고 계단으로 내려가서 예전의 이발소, 술집, 우체국 등을 보고 올라오면 다시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는 작업을 진지하게 반복하는 가이드를 보는 게 더 재미있다. 〈다음주에 계속〉 VA 통합한국학교 교사 박명희 정리=장대명 기자

2010-09-23

[김낙영 시인의 천섬&나이아가라 투어 후기] 삶의 행로에서 목마름 달랜 꿈같은 시간

나이아가라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했던가! 물의 벽, 물의 문이 되었다 결국은 깨지고 엎어져 흐르는 물들, 잠시 동안 혼절하여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 어디선가 수많은 갈매기들이 날아와 물들을 깨우면 함께 손을 잡고 왔던 친지들이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별이 아쉬워 느리게 느리게 흐르는 나이아가라. 떨어져 깨어졌던 아픔에 이별의 아픔이 더해 푸르게 멍이 든 강물. 나이아가라 물의 아우성, / 밤낮으로 쉼 없는 아우성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정령의 군대가 내지르는 함성 이 세상을 / 정화 시키는 / 정령군(精靈軍)이 된 / 나이아가라 하늘이 내리는 / 세례(洗禮) 근심 걱정 / 과도한 욕망 / 부질없는 교만 모두 씻어버리는 / 하늘의 세례 / 나이아가라 이만한 경관이라면 정자를 지어놓고 시인 묵객들이 한 수씩 읊어 편액을 붙여 놓았으련만 그런 풍류가 보이지 않는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느님의 걸작품도 찬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 하늘의 섭리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이 위대한 걸작은 바로 하느님이나 할 일이지 어찌 인간들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장엄한 경관을 통해 하느님을 느끼고 찬양할 때 진정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요.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천상병 시인이 소리친다. 아니 이렇게 좋은 곳에 와 막걸리 집이 없노! 길가에 포장마차를 차리면 얼마나 장사가 잘 되겠노! 살았을 때 그렇게 마셨으면 됐지, 아직도 술타령인가?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 걸치면 얼마나 좋겠나! 운치를 모르는 사람들인기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가 인사동에 왔을 때 자네 부인에게 한 번 청원을 넣어보라고 그러지 그랬나. 나이아가라 길 가에 포장마차 하나 차리게 해달라고 말일세. 그 문딩이가 말을 듣나 막걸리 때문에 내가 빨리 죽었다고 절대로 그런 청원을 안 할 걸세. 이 사람아 살았을 때도 마누라보고 문딩이 가시나 문딩이 가시나 하더니 죽어서도 문딩이라고 하나. 목월이 자네는 시 썼다는 사람이 문딩이라는 말이 극진한 애정 표현이라는 것도 모르나 아무한테나 문딩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한테만 문딩이 가시나라고 한단 말이라. 시 썼다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다니 그것도 모르다니 그것도 모르다니…. 막걸리가 없는 나이아가라는 분명 싱겁기 그지없는 명승지다. 사람들이 이렇게 운치를 모르다니….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라면 분명 한 잔 걸치고 흥취가 도도한 기분으로 시를 한수씩 읊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낙청이나 이백 도연명 방랑시인 김삿갓 이런 인물들이 나이아가라를 알았다면 밥을 굶는다 할지라도 기어이 와보고 한 수 읊었을 텐데…. 버스는 강물이 느리게 흐르는 하류를 따라 내려갔다. 강 양 옆으로는 수 억년동안의 세월이 침전되어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암벽이 떡 시루를 자른 것처럼 그 속을 훤히 다 보여주고 있다. 바람과 물결들이 어떻게 흘렀는가를 다 기록해 놓은 암벽. 암벽 앞에 서면 인간의 한 평생이 얼마나 보잘 것 없이 짧은가를 알게 해준다. 강가 마을 포도 양조장에서 포도주가 익어가고 포도밭에는 포도나무가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한 여름의 햇빛과 바람이 농축된 포도 알맹이는 적당히 발효되어 우리가 지쳤을 때 또는 살아 있다는 것에 기쁨이 없을 때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다. winery와 vineyard가 있는 마을, 푸른 강물이 느리게 흐르는 마을.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런 마을에선 나그네가 되는 것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 푸른 포도밭이 이어지는 마을을 지나면 제트 보트를 타는 선착장이 나타난다. 제트 보트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갔다 오면 젊어진다는 뱃놀이다. 배를 띄어놓고 악공이 연주하고 기생이 노래하는 뱃놀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제트 보트의 속도와 험한 강물의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을 즐기는 뱃놀이다. 노는 것도 어찌 우리의 정서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단 말인가. 온타리오 호수에서 발원한 강물이 폭포로 떨어졌다가 흘러 들어가는 곳이 에리 호수다. 그 에리 호수 입구에서 제트 보트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투어인데 안해보면 후회하는 유람 코스다. 나이아가라 강을 건너오는 다리 이름은 레인보우. 그 무지개다리 중간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이다. 제트 보트를 타러 가기위해 캐나다 비자를 이미 다 받았으니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탑을 보려고 버스는 토론토로 방향을 잡아 어두워지는 캐나다의 밤거리를 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탑은 이미 어둠 속으로 상단의 모습을 감추어버리고 보이지 않지만 일행들은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본다. 탑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지만 세계의 제일 높은 탑 밑에까지 와본 이 기분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진 일행들은 서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며 마음의 문을 조금씩 넓힌다. 자연 경관들을 보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다. 밤이 되면 호텔에 들어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여정의 일부로 이국적인 분위기에 빠지게 한다. 강한 악센트의 캐나다 인이 서비스하는 호텔 바에서 한 잔 걸치는 맛 또한 여행가의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다. 한낮에 나이아가라에서 간절했던 한 잔, 그 목마름을 달래는 시간, 삶의 행로에서 이런 시간을 가져본다는 것은 인생의 여백을 넓히는 것으로서 호연지기를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인생의 성취 목표를 항상 높게 잡는 사람들은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조금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세상에 공간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배려의 장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2박 3일간 일정의 마지막 날,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은 시간이다. 푸른 하늘과 초록의 대지, 뱃놀이를 즐긴 시간들이 우리의 권태로움과 나른했던 일상들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것을 말해주듯 일행들의 얼굴이 출발할 때와 달리 밝고 싱그러워졌다.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요 바로 삶의 질을 높이는 요체가 될 것이다. 차를 직접 운전하며 다니는 여행도 묘미가 있겠지만 여러 사람이 동행이 되어 버스 여행을 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는 여행길이다. 운전을 직접 하면 풍경들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으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행들이 한 버스를 타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함께 잠을 자다보면 자연히 정이 들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 또한 여행에서 덤으로 얻어지는 것이니 여행에서 얻는 특별 보너스나 다름없다. 대자연과 호흡하며 진솔하게 자신의 내면과 일치되는 시간을 가져본 3일간의 일정이 꿈 속 같이 지나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들은 아침 햇살이 조용히 숲 속으로 스며들 듯 우리의 삶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2010-09-16

천섬&나이아가라 투어 후기, 싱그러운 여로…'신의 정원' 1800개의 섬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어딘가를 가기 위해 짐을 꾸릴 때는 어린아이가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이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거기에 상당하는 대가를 치르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아쉬움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아직 여명이 남아있는 새벽, 출발지를 찾아가는 마음은 벌써 새로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엘리콧 시티 롯데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가히 대륙을 횡단하는 버스답게 육중한 모양새지만 날렵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한 모습에서 믿음직스러움과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의 인원 점검이 끝나자 우리의 목적지인 천섬과 나이아가라를 향해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이드와 드라이버를 합해 51명이 동행하는 여행.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행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알게 되겠지만 여행의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버스가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빠지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진한 초록빛이 펼쳐진다. 초록빛이 가득한 대지를 뚫고 달리는 버스. 점점 속도를 낼수록 길가의 풍경들은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되어 머릿속을 씻어낸다. 일상의 권태로움과 나른해졌던 것들이 저 멀리 가물거리는 지평선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안녕! 내 영혼 속에 정체되어 나를 어둡게 했던 것들과 유효기간이 끝나버린 사색의 편린들이여! 안녕! 내 능력 밖의 사안들로 나를 힘들고 아쉽게 했던 것들이여! 안녕! 안녕!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 나날이 새로워져서 싱그럽게 살아보자고 옛사람들도 경구로 써온 말이지만 새로워지는 삶을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대자연이 품어내는 초록의 빛깔, 호연지기를 맛보며 어린 동심이 되어 하늘의 흰 구름에 뛰어 오르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이라면 벌써 여행의 진수를 맛보는 것이 아닐까…. 북쪽으로 두어 시간을 달렸는데 날씨는 시원한 가을 날씨로 변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두 시간 거리의 시원함, 그만한 자연 환경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니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쾌청한 날씨에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여행사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는 시간은 또 다른 행복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 각각 다른 모양으로 떠 있는 구름들은 새로운 세계에 와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게 했지만 갑자기 강한 파도의 모습으로 변한 구름들은 마치 반 고호의 강한 터치로 그려진 그림 같았다. 낮게 뜬 구름들 밑에 푸른 나무들이 가까이 있다가 시야를 열어주면 산 능선들이 멀리서 가물거리기도 하고 버스가 아팔라치아 높은 산맥을 달릴 때는 평화로운 숲과 마을들이 저 아래 한 폭의 수채화로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황혼이 지는 시간, 멀리 황혼이 붉게 타오르는 시간엔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머리 속을 스쳐가기도 한다. 우리는 분명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 가는 나그네인데도 그것을 잊어버리고 살지 않는가. 집착과 집념,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 그 부질없는 굴레…. 결국엔 나의 다르마(업보)가 될 그 허상들…. 나그네/강나루 건너/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타오르는 저녁노을 구름에 달 가듯/가는 나그네 이미 태어났으니 그 길은 벗어날 수 없는 외줄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저녁이면 술이 익어가고 있는 마을에 들어 한 잔 걸칠 수가 있으니…. 갑자기 박목월 시인이 나타나 동행을 하자고 한다. 이렇게 푸르른 초원을 어찌 내 아니 갈 수 있겠는가! 하면서 금방 마신 탁배기가 입가에 묻어있는 것을 닦으며 따라 나서는 시인. 바로 뒤에는 천상병 시인도 나타나 함께 가자고 한다. 그 파행의 걸음걸이로…. 굳이 청록파 시인이 아니라하더라도 동행이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시인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시심을 가지고 이 아름다운 대자연에 취하면 시인이 되는 것이지…. 모두 시인이 되어 청록의 계절을 찬미하는 시인이 되어보자꾸나…. 아! 싱그러운 8월의 여로라니!! 아! 8월이 이렇게 싱그러울 수도 있단 말인가.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짜증만 내지 말고 한 번 나서 볼일이다. 2시간만 달리면 이렇게 시원한 세계가 있는데 떠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에 대하여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까. 한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것은 이 사회의 기초 단위인 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으로 이 세상이 행복해지는 시작이 아닌가. 천개의 섬, 말만 들어도 신비로움이 넘치고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는 천개의 섬이 아니라 1800여개의 섬이라고 한다. 이곳 원주민들은 신의 정원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인디언들의 상상력이 훨씬 풍부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라면 신화나 전설이 있음직한데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세인트로렌스 강에 떠 있는 천개의 섬, 그 천개의 섬마다 다 주인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마다 제 취향대로 집을 지었다. 원주민들의 말대로 신의 정원으로서 신선들이나 선녀들이 살았을 법한 섬들. 섬과 섬 사이에서 출렁이는 물결과 제 각각 다른 모습의 얼굴을 한 천섬. 유람선을 타고 천섬들의 사이를 돌아보는 시간, 인생을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순간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신들도 질투를 할 것 같은 시간이다. 어느 섬에서든 편안하게 며칠 묵어가라고 잡는 친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일…. 돈을 내고라도 며칠 쉬어간다면 세속에서 찌든 모든 것들이 씻겨질 것 같다. 중세풍으로 지은 건물, 또는 유럽의 어느 작은 성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건물, 갖가지 모습의 건물들이 있는 천 섬은 갑부들이 여름이면 쉬러 오는 휴양지. 하트 섬에 지어진 볼트 성은 슬픈 사랑의 사연이 전설처럼 사람들 사이에 옮겨지지만 그 이야기는 실제로 한 남자가 한 여인을 사랑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로 주려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지만 그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 사랑하던 아내가 죽어 건물을 짓던 300여명의 일꾼들은 일손을 놓고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는 볼트 성. 사랑했던 아내에게 선물하려 했던 집은 한참 세월이 흐른 후 완성되어 슬프게 끝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주고 있다. 두 사람의 영혼이 세인트로렌스 강 파도가 되어 출렁이다 지치면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사랑을 할 때는 망설이지 말라고….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볼트 성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그 소리를 듣는다면 인생에 대하여 더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글·사진 제공= 김낙영 시인 정리=장대명 기자

201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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